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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KIT의 로고 만들기
    운영과 기획 2021. 3. 24. 10:26

    서비스나 회사의 로고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성공한 대부분의 제품이나 서비스하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로고는 창업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애착이 가고 흥미진진한 요소 중 하나일 겁니다. 또한 로고에는 마음에 든다 혹은 그렇지 않다의 주관적인 잣대만 있지, 좋은 로고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는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호기심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정말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우연히 생각난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로고가 탄생하는 경우로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접근방법을 저희 서비스의 로고가 탄생한 실제 사례를 가지고 쉽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1. 브랜드의 핵심 가치 정의

    애플, 아마존, 나이키, 등 잘 만든 로고들의 본질은 브랜드가 제공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와 맞닿아 있습니다. 즉 이상적인 로고는 사람들에게 핵심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OKIT 모바일앱 서비스의 경우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핵심 가치를 ‘우연히 스쳐 지나간 인연과의 연결’으로 정의했습니다. 그래서 ‘OKIT’의 로고를 결정할 때 ‘스쳐지나간 인연과의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2. 상징적인 이미지 도출하기

    핵심 가치를 정의했으니 이 가치를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예시적인 이미지들을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장 흔한 구글이나 네이버, Pinterest 등에서 ‘인연’, ‘운명’ 같은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제가 오래 전부터 염두해두던 이미지를 이걸 것이 없더군요.

    바로 영화 ‘Serendipity’의 포스터 이미지였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가 말 그대로 ‘스쳐지나간 인연과의 운명적 만남’이기 때문이죠. 긴 스토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라는 영화 포스터와 브랜드 로고의 공통점 덕분에 더욱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포스터 이미지에서 남녀의 어깨가 스치는 이미지를 도려 내어서 상징화한 형태로 디자이너에게 전달할 수 있는 1차 이미지가 완성되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감없이 제가 실제로 디자이너 분께 전달한 이미지 그대로 공유합니다.

    3. 디자이너 커뮤니케이션

    로고 디자인은 창업자와 디자이너와의 긴밀한 협업 작업입니다. 외주든 in-house든 상세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입니다. 따라서 저는 디자이너께 다음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 서비스의 컨셉 및 기획 의도
    • 서비스의 핵심 가치 및 기능
    • 주요 타겟 고객
    • 서비스 캐릭터 (저는 이것을 만약 이 서비스가 내 친구라면 어떤 사람이라고 묘사할지 생각하는 방법으로 구체화하였습니다)
    • 색깔 팔레트, 톤이나 느낌
    • 유사 이미지 등

    저는 ‘Lippincott’에서 디자인을 하셨던 분과 친분이 있어 그 분께 부탁을 드렸습니다. 물론 능력도 매우 출중하시지만, 저의 캐릭터를 잘 드러내주실 수 있을 거라는 점이 제 결정에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로고에 서비스의 캐릭터가 잘 투영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결국 서비스의 캐릭터는 창업자 개인의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분은 저를 인간적으로 잘 아시는 디자이너이신만큼 로고에도 자연스럽게 저의 캐릭터를 드러내주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디자인

    이제부터는 디자이너의 시간입니다. 유능하고 경험많은 디자이너 분이라면 아마 창업주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브랜드에 대해서 창업자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잘 정리해서 커뮤니케이션 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로고처럼 ‘모호함’을 구체화해야 하는 작업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한동안은 디자인 시안과 수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한 번에 마음에 쏙 드는 시안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안을 받은 창업자가 해야 할 일은 여러가지 시안 옵션 들 중에서 명확하게 narrow-down 해 주고, 보다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3가지 시안을 받았을 때 3가지를 모두 조금씩 수정해 보면 좋겠다라는 것보다는 수정이 완료되었을 때의 이미지를 상상해서, 궁극적으로 남게 될 1가지의 시안을 정하고, 어떻게 하면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는 편이 더 좋습니다.

    로고 A안
    로고 B안
    로고 C안

    사실 디자이너 분께서 제가 생각했던 최초 이미지와는 다른 약간 생소한 시안을 전달 주셔서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디자이너 분의 설명을 듣고 나니 그 의미를 이해하고 오히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진일보한 아이디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1차로 선택된 로고 B안에 대한 해석과 설명

    5. 검증 및 재작업

    디자인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끝은 아닙니다. 최종적으로 탄생한 로고가 유사한 로고가 없는지 검증을 해 보아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 이 과정을 누락해서 재작업을 거쳤습니다. 유사 로고는 사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글 이미지 검색 등을 활용해 볼 수는 있지만 걸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다행히 주변 지인이 유사한 로고를 봤다라고 제보를 해 주어서 알게 된 경우입니다.

    언어교환 앱 Tandem의 로고

    재작업을 하게 되면 대부분의 경우 1차 시안만큼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한동안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던 결과물이라 당연히 애착이 생기고, 이제 그 로고를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가 연상이 되는데 새로 받은 시안들은 그런 애착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새로 받은 시안도 자주 보고 익숙해지다 보면 천천히 애착이 형성됩니다.

    6. 최종 로고 확정

    2차 시안으로 받은 로고들

    2차 시안으로 받은 이미지 중에서 최종적으로 B.1 시안을 채택하였습니다. 1차 시안을 선택한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핵심 가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로고로 판단하였습니다. 그렇게 OKIT의 현재 로고가 탄생하였습니다.

    7. 여운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2차 시안으로 확정된 후에도 지인의 제보로 유사한 로고가 있다는 걸 발견하였습니다. 정확하게는 베타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호주에서 출시된 앱이었는데요, 여기서 고민이 생겼습니다. 호주에만 등록된 상표라서 무시하고 지금 안을 유지를 할 것인지 아니면 디자인을 다시 수정할 것인지 의사결정이 필요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현재 안을 유지하기로 하였습니다. 우선 저희 서비스는 국내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글로벌하게 확장할 만큼 성공한 정도가 되면 그 때 가서 로고 디자인도 한 번 더 리뉴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로고 디자인을 처음할 때는 로고 하나만으로도 사용자들이 좋아할 만한 대단한 ‘작품'을 기대하게 됩니다만, 실제로는 서비스를 진행면서 새로운 스토리도 생겨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로고도 점차 발전하고 다듬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혹시 로고를 리뉴얼하게 되면 또 그 때 가서 새로운 스토리로 찾아뵙겠습니다.

     

    by 정용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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